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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종자-변사자 같은 아이 사진이 나란히 붙어도…”
등록자  웹마스터 조회수 6265 작성일 2009-03-12

노점상으로 일하다 생계수단이던 트럭도 팔고 실종자 찾기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자기 가족도 아닌 다른 사람의 가족 찾기에 인생을 건 사람이다.
최근 발표된 \'2008년 경찰 백서\'에 따르면 2007년 한 해에만 6만 5000여건의 실종 신고가 발생했다. 이 중 1만 2500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1.3명이다.
특히 아동과 노인, 치매환자, 정신지체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실종 발생 비율을 보면 14세 미만 아동은 매일 25.9명, 60세 이상 노인은 11.7명, 치매환자는 11.6명, 정신지체장애인은 13.3명에 이르렀다.
실종자 가족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이런 가운데 18년 간 실종사건을 추적해 93명의 실종자를 찾아 가족과 연결해 준 나주봉 사단법인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모임(이하 전미찾모) 대표(51)의 헌신적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노점상을 하던 나주봉 대표는 1991년 인천 월미도에서 개구리 소년을 찾는

미아.실종자찾기 모임
회장 나주봉씨. 연합


전단지를 돌리던 부모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을 공감한 뒤 이후 실종자 찾기에 전념했다. 2001년에는 실종자 가족 280명과 함께 \'전미찾모\'를 발족하고 가두 캠페인을 벌이며 정부가 실종자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05년 실종아동법, 2006년도 범죄피해자구제법 등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데 일조했다.
동아닷컴은 10일 나주봉 대표를 만나러 전미찾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청량리역 부근 컨테이너 박스를 찾았다.
그는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1980년대 가족 중 한 사람을 잃어 4년 간 수소문해 찾은 적이 있다는 나 대표는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공감했다.

“대부분 가정 파탄…우울증으로 부모가 자살하기도”

그는 “실종자 가족의 70-80%는 이혼가정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에 가도 ‘기다리라’고만 하고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부모는 직장을 팽개치고 아이 찾는 일에 매달린다는 것. 그러다 보니 생활고와 정신적 고통을 이중으로 겪게 된다. 결국 부부가 서로 책임전가를 하게 되고 이혼까지 이른다.
심지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끝내는 약을 먹고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1999년 2월 고등학교 3년 막내딸이 귀가 도중 실종된 경기도 평택의 가족이 그랬다. 딸을 그리는 마음에 모친이 농약을 마시고 삶을 마감한 것. 아직도 아버지는 막노동으로 근근하게 살아가면서 딸의 전단을 붙인 트럭을 몰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어린 딸들을 잃은 가족을 곁에서 지켜 본 뒤 전해 준 사연은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떤 가족은 딸이 실종 된 뒤 숨진 채 발견되자 아버지가 정신적 고통을 이기려다 술에 의존해 거의 알코올중독자가 됐고 직장도 잃고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어머니는 저녁에 잠깐씩 파출부 일을 했는데 그나마도 요즘 일거리가 없어서 놀고 있어요. 다들 너무나 힘든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의 손길이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당시 각 부처마다 대책을 내놓으며 부산을 떨었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은 전자 발찌 외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18년간 실종자 찾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기가 막힌 일도 많았다. 그는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놀러갔다가 변사체로 돌아온 김수형(가명·15세) 군 사건과 2004년 경기 평택에서 의붓아버지가 이혼녀와 결혼한 사실을 집안에 감추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생인 의붓딸을 살해한 사건 등의 뒷얘기를 들려줬다.
“자폐아였던 수형군의 경우 실종된 날 밤 경기 평택에서 열차에 치어 숨졌어요. 관할서에 가보니 \'아이를 찾습니다\'는 전단과 \'변사자 신원 파악요함\'이라는 전단이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신상을 적은 전단지와 변사체로 발견된 아이의 신원을 파악하라는 상부의 지시내용이 적힌 전단지는 같은 아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서 벽에 같은 아이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었는데도 경찰은 가족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얼마나 경찰이 무성의하게 일을 처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흘낏만 봐도 같은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말이죠.\"
“평택 사건은 의붓아버지가 아이를 살해하고 태연하게 딸을 찾아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제가 모 방송사 실종자 찾기 프로그램에 어머니를 소개시켜 줬는데 아버지가 방송에 못 나가게 하는 겁니다. 아버지를 설득하면서 12번 통화했는데 그 때마다 아이의 행적에 대한 말이 계속 달라졌어요. 순간 외국에서는 실종자가 발생하면 그 가족부터 수사하는 게 원칙이라는 책 내용이 떠올랐어요. 마침 아이 아버지의 말을 전부 메모해 두었는데 그걸 경찰에 가져갔어요. 현재 아버지는 8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고 어머니는 수차례 자살 기도를 하고 혼자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새벽에 ‘그동안 도와 주셔서 고맙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와 놀라 구조한 적도 있어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안정돼 있습니다.”

“전체 시설 수용자 DNA채취 가능해야”

전국 곳곳에 발품 팔며 실종자를 찾아 다녔던 나 대표는 2002년 대선 홍보책자 마지막 페이지에 실종 아동 38명단을 싣는 ‘감격적인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각 당마다 1900만부 씩 홍보전단을 찍어 낸다는 소식에 달려가 명단을 실어 달라고 요청해 오케이 사인을 받아낸 것이다. 한달 사이 6000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고 그 결과 8명의 아동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 자폐 아동은 한 보호 시설 청소부의 제보로 찾았다. 홍보물에 실종 당시 나이가 17살인데 만 4세 때 실종됐다고 오타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제보를 준 것이다. 단, 원장 몰래 찾아오라는 내용이었다. 부모와 함께 찾아가 보니 아이가 맞았다. 아이는 이미 타인 명의로 주민등록증과 복지카드가 발급돼 있어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제보가 없었다면 평생 아이를 찾을 수 없을 뻔 했다.
“현재 시설수용 무연고자의 경우 DNA채취가 가능해 가족과 대조가 가능하지만, 호적을 신규취득한 사람은 연고자가 돼 DNA검사에서 제외됩니다. 실종 아동이나 장애아동을 발견할 때 타인 명의로 호적을 취득한 사람이 많아요. 무연고 연고를 막론하고 전국 시설 수용자 전원의 DNA 채취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죠.”
아이가 찾아졌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귀가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유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나 대표는 대선후보 선거 홍보물에 실렸다 집으로 돌아온 정 아무개(당시 5세)군의 사례를 들었다.
2002년 서울 양천구 집 앞 놀이터 실종된 정 아무개(당시 5세)군은 4개월간 무속인의 집에 감금돼 있었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던 동네 할머니 무속인이 예쁘장한 외모의 정 군을 유괴해간 것. 아이는 골방에 갇혀 집에 보내달라고 울었고 그 때마다 할머니는 장난감을 사주며 아이를 달랬다. 외출 할 때는 아이를 먹을 것과 함께 방에 가두고 나갔다. 정군이 사라지고 몇 달동안 가정은 파탄 일보 직전 이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댁에서 문전박대를 당했고 아버지는 아들이 앵벌이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살까지 생각했다. 무속인은 정 군의 사진이 실린 홍보책자가 배달되자 압박감을 느껴 정 군을 동네 공터에 버렸고 겨우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린 정군은 너무도 부모님이 보고 싶어 이미 마음의 병이 심하게 들어 있었다고. 정군은 4년 간 심리 치료를 받고서야 겨우 웃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 만들어야”

현재 실종자 문제를 다루는 곳으로는 보건복지가족부 위탁으로 실종아동 등의 발생예방, 발견, 가족지원사업을 하는 ‘어린이재단’과 경찰청 산하 ‘실종아동찾기센터(182센터)’가 있다. 하지만 나주봉 대표는 경찰의 실종사건 전담인력이 1인당 약 60여건을 처리하는 등 인력이 부족하고 일선 경찰서의 실종전담반도 일반사건을 함께 처리하고 있어 전담기구 역할은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종자 예방 교육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별도 조직인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대표는 최근 정부에 실종사건 해결 및 예방대책에 관한 요구안을 전달하고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 설치를 비롯해 △범죄와의 전쟁 선포 반인륜 범죄사형 수사 집행 실시 △각 시도 장애우 치매 노인 일시 보호소 설치 △개구리 소년 등 실종 희생 아동 추모관 건립 △민간 조사관제(사설 탐정)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장애우 장기밀매 희생양 됐을 수 있어 조사 필요”

이 외에도 그는 이날 국정원에서 해외 출국자 중 미귀국자들의 리스트를 따로 뽑아서 실종자 데이터와 대조를 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했다. 장애우의 경우 장기 밀매 조직의 희생양이 됐을 수도 있다는 것.
그는 97년 실종된 자폐아의 어머니가 아이를 찾으러 다니다가 들은 이야기라고 전제한 뒤 말했다. 아이 찾는 전단을 나눠주면서 보호 시설을 찾아 다녔는데 거기서 한 여성을 만나 충격적인 사연을 듣게 됐다고. 그 여성도 몇 해 전에 자폐증세가 있는 아들을 잃었다 찾았다고 한다. 아이를 잃고 찾기를 포기한 어느 날 저녁 집 앞 현관에 아이가 돌아와 있었다는 것. 삐쩍 마른 아이의 배에는 전에 없던 흉터가 생겼고 병원에서 검사해 보니 한쪽 신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할까를 두고 회의를 했지만 범인이 집을 아는 것으로 봐 보복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 그대로 진실을 묻어 버리기로 했다는 얘기였다. 나 대표는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그 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달라고 매달렸지만, 여성은 절대 못한다며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나 대표는 “실제로 장기밀매 조직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장애 아동들이 대부분 안 찾아 지기 때문”이라며 “죽었다면 시신으로 발굴돼야 하고 시설에 보호되고 있다면 입퇴소자 사진 자료를 관계 기관에 송부하게 돼 있는데 없다는 것이다. 얘들이 어디로 증발했을까를 고민해 보면 장기 밀매 범죄에 이용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나 대표는 실종자와 가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요? 저도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초등학교만 겨우 나온 사람”이라며 “누구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실종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남의 일이라고 넘어갈 게 아니라 한번이라도 따스한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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